무더운 날씨.

 

미루기만 했던 관악산 등반을 오늘로써 드디어 하게 되었다.

 

계기는 딱히 없었고 말그대로 Just Go.

 

인터넷으로 입구만 찾아본게 전부였던 인터넷으로 짧게나마 본 정보로 무작정 서울대로 향했다.

 

 

서울대 입구에 막상 도착하니 도무지 관악산으로 향하는 입구가 보이질않았다.

 

입구에 들어서고 '아 이건 아니다'

 

지나가던 학생에게 물어보니 여기가 아니었다. 서울대를 지나야 입구가 나온다고.

(뒤늦게 서울대 안에서 더 쉽게 연주대를 갈 수 있었다는 걸 알았다.)

 

 

고3때 단체로 관악산에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기억이랑 많이 달랐다.

 

아마 시작지가 달랐던 것 같다.

 

이때 시간이 한 오후 2시쯤.

 

목표는 연주대.

 

더운 날씨에 벌써부터 땀이 흘렀다.

 

얼굴에는 열이 올라와 후끈했다.

 

 

도심 속에서 이런 자연 풍경을 보는것도 쉽지 않은데.

 

어릴 적 시골에서의 추억이 떠올랐다.

 

비가 오지않아서인지 물이 별로 없었다.

 

널찍한 바위에 누워 쉬는 사람들

 

돗자리 펴고 식사를 하는 사람들

 

발을 담구고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었다.

 

 

한참을 올라가니 서울대 통학로가 나오니

 

이제 반쯤 올라온 건가? 하는 생각과 함께

 

세이브 포인트를 찍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갈림길에서 크고 평탄한 길을 선택하지않고 급한 마음에 좁고 가파른 길을 선택했는데

 

아무래도 정식 루트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 넓은 숲 속에 나만 있는 듯한 그런 느낌.

 

걱정과 호기심

 

결국 가던 길을 쭉 가기로 했다. <- 여기서 멈췄어야 했지만..

 

내 눈에는 이런 길도 길이라 생각해서 올라갔다.

 

'제발 연주대여라.. 연주대여라..'

 

맨손으로 바위 산을 오르며.

 

결국 막다른 길이 나왔다.

 

아니 정상이라고 해야되나.

 

 

그래도 특이한 바위라 생각되어 사진을 찍었다.

 

지금보니 이 바위 참. 신기하게도 생겼다.

 

'연주대 정상에는 깃발이 꽂혀있다.'

 

인터넷에서 본 사진들은 그러했지만

 

깃발은 저 먼곳에 있었고

 

내가 오른 산엔 깃발이 없었다.

 

즉, 헛다리를 짚은것이다.

 

 

허망한 마음에 '또 다시 오르면 되지' 다짐하고

 

물도 먹을것도 없이 평소 메고다니던 가방 하나 딸랑 메고 온 나는

 

사진 몇장 건진 채, 하산을 결정했다.

 

덥기도 덥고. 왠지 모를 헛기침은 계속해서 나왔다.

 

 

내려가다보니

 

여기가 내가 올라온 길인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길을 잃어버린것이다..

 

 

 

발 한번 잘못 딛으면 굴러 떨어져버릴 그런 위험천만한 곳에서

 

나는 무작정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급한 마음에 갑자기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사람 하나 죽어도 이상할 곳이 전혀 없는

 

그런 낯선 장소여서.

 

 

 

신발에 들어간 흙더미와 나뭇가지를 털어낼 신경도 없이 무작정 내려가니

 

민가 건물 같은 시설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안심을 했다.

 

 

내려와보니 서울대 공학관 301 뒤였다.

 

한시름 놓았다.

 

얼굴은 땀범벅이었고, 쉽게 열이 식지않았다.

 

등산복 차림이 아니어서 교내 편의점과 구내식당에 들러 수분보충과 허기를 달랬다.

 

... 그러고보니 점심도 거른채 등산을 했다.

 

뭐라도 먹을걸.

 

 

2500원 불고기 토스트는 광고 이미지랑 상당히 느낌이 달랐지만 바삭하니 맛있었다.

 

뭔들 맛없었으랴, 한마디로 죽다 살아난 내게.

 

그런 기념으로 먹은 음식 치곤 매우 단촐해서 내 자신에게 미안해지지만

(이후 집에서 피자 한판 시켜먹었다.)

 

약간의 허기를 채우고, 편의점에서 값싸고 시원한 음료수를 2잔 마셨다.

 

 

 

이제와 글을 써보니, 등산이란 것이 생각보다 모험심을 자극하는 것 같다.

 

오컬트적인 요소도 조금 있고

 

운동도 되니.

 

생각보다 꽤 좋은 취미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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